스토리강좌-상세보기

방향이 바로 서야 작품이 바로 선다
1. 방향을 모르면 대형사고 위험이 도사린다

장편이건 단편이건 작품을 쓰기 위해서는 일단 시작을 해야한다. 그러나 머릿속에 많은 구상을 했다해도 막상 아무것도 쓰여지지 않은 텅빈 원고지에 첫 글자를 쓴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첫 발을 떼라고 말할 뿐 어느 방향을 가야하고 어느 길을 택해서 가야한다는 것은 일러주지 않고 있다.
작품을 만든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작가 지망생들은 막연히 작품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어떤 작품을 어떻게 써야할지에 대해서는 막막하기만 할 것이다.
그래서 시작이란 늘 불안하다. 의욕은 있지만 작품의 방향이나 구성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번 잘못 들어섰다가 중간에서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 올 수 밖에 없는 사태가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최악의 경우 온갖 고생을 해서 탈고한 작품을 폐지수거함에 버려야 하는 참담함을 겪을 수 있는 것이 창작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비애이다.
그런 극단적인 상황을 경험하지 않기 위해 경륜이 쌓인 작가들은 첫걸음에 더욱 많은 신경을 쓴다. 방향과 목적지를 확실히 설정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들 역시 초보시절에는 남들이 통과의례처럼 겪는 참담한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요령을 잘 알고 있다.
노련한 작가들은 실수를 한다해도 초보작가들처럼 대형사고를 치지는 않는다. 그것은 순간순간 자기가 써온 작품을 되짚어보고 자가진단을 하는 프로그램을 습관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조금 앞으로 나아가면 그 자리에서 돌아보고, 이상이 없으면 조금 앞으로 진행하고, 또 돌아보고.... 마치 지뢰지대를 통과하듯 조심스럽게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2. 몰아치기가 능력은 아니다

앞만 보고 달려간다는 것은 속도면에서는 월등할지 모르지만 늘 대형사고라는 위험이 상존한다. 그것은 창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하루에 몇장을 쓰고, 한달에 몇권을 쓰고, 일년에 몇 작품을 써야겠다는 의욕도 좋지만 대사 한마디 그림 한 컷에 심혈을 쏟는 것도 중요하다.
솔직히 창작이란게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써온 원고의 양을 놓고 앞으로 써낼 원고의 양을 계산한다는 것은 우매한 추측일 뿐이다. 창작은 기계가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니기 때문에 예측을 할 수 없는 특성이 있다. 어제 썼다고 해서 내일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 작품을 한달만에 완성시켰다고 다음 작품도 한달만에 완성시킬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잘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는 것이 창작이다.
다만 작가에 따라서는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원고를 쓰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패턴을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단순 비교를 했을 때 그런 작가가 하루동안 하는 일의 양은 그리 많은 것이 아니다. 의욕이 넘치는 작가가 몰아치기로 원고를 뽑아내는 것이 비하면 정말 굶어죽기 딱 알맞은 무능한 작가로 인식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중에 둘을 놓고 비교하면 몰아치기를 한 작가가 많은 면에서 뒤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비유가 어울릴지 모르지만 육상에서 100M 달리기 선수와 마라톤 선수를 비교해 보자. 속도 면에서는 100M 선수가 마라톤 선수보다 월등히 앞선다. 그러나 마라톤 코스 42.195Km를 100M 달리는 속도로 달릴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100M 선수가 1년동안 시합에 나가는 횟수를 비교해 보자. 마라톤 선수가 1년에 한두차례, 아니 단 한차례만 시합에 출전한다해도 그는 100M 선수가 시합에서 뛰는 횟수의 421배나 되는 거리를 달리게 된다. 100M 선수가 일년동안 각종 경기에 출전을 해도 총 출장횟수가 421회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마라톤 선수는 속도는 느리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거리를 달린 셈이 된다.
몰아쓰기에 능한 작가는 순간적으로 보자면 엄청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규칙적으로 하루에 일정한 양을 쓰는 작가에 비해 훨씬 적다는 것이다.



3. 자칫하면 전체가 허물어진다

규칙적이고 일정한 양의 일을 하는 작가는 대부분 자기가 하룻동안 쓸 원고에 대한 구성을 해놓고 일을 시작한다. 그것이 메모장에 정리가 되어있건 머릿속에 정리가 되어있건 그들의 공통점은 더이상 큰 욕심을 내지 않고 정해진 양에 충실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닥치는대로 생각나는대로 긁어대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계산과 작전을 짠 후에 집필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쓰다보면 더 좋은 아이디어도 떠오를 수 있고, 탄력을 받으면 조금 더 일을 할 수도 있고 잘 안풀릴 때면 덜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그들은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그래서 실수를 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설령 실수를 해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따라서 수정하는 양도 그리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수정의 강도도 약한 편이다. 또한 실수가 쉽게 발견되고 즉시 수정을 하기 때문에 그 실수로 인해 전체적인 구성에 그리 큰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반면 몰아치기를 하는 작가는 어떤가.
엄청난 양의 원고를 써놓고 수정을 하려면 도무지 그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순간순간 생각나는대로 쓰여졌기 때문에 뒤에 일어날 변수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앞과 뒤가 맞지않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있던 것이 사라지고 없던것이 생겨나기도 한다. 결국 다 쓰고 난 후에 수정을 해야 하는 피곤한 절차를 겪어야 하는 것이다.
작품은 가래떡처럼 한번에 매끈하게 뽑아내는 것이 좋다. 여기 저기 손을 대다보면 원래 구상했던 모습은 흐트러지게 되고 나중에는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누더기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리 길어도 하나의 작품은 결국 하나의 맥으로 이어져야 한다. 작품의 앞부분에서 어느 하나를 손대면 그것과 연관되는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다시 손을 봐야한다. 그래야만 말이 맞고 맥이 통하니까. 결국 한번 손을 대면 최악의 경우 작품 전체를 다시 뒤짚어 엎는 대규모 공사를 해야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도 있다.
청소를 할 때 한곳을 걸레질하면 깨끗한 것으로 보였던 바로 옆이 더럽게 느껴지고 그래서 그 옆을 쓸고 닦아야 하고, 그러면 다시 그 옆이 더럽게 보이고... 결국에는 온집안을 대청소해야 하는 꼴이 되고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오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작품이란 일단 쓰게 되면 방향과 목적지를 잊는 수가 있기 때문에 원고지의 첫장을 쓰기 전에 모든 것을 확실히 하고 시작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절대 자신의 작품에 자아도취 되지 말라는 것이다. 작가는 쓰고 그릴 뿐이지 그에 대한 평가는 남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지나가던 어린 아이도 평가를 할 수가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내가 아무리 고생을 해서 작품을 만들었다 해도 그 과정을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 그런 하소연을 들어주지도 않는다. 그건 작가가 겪어야할 당연한 과정일 뿐이다.



4. 공들여 탑을 쌓는 심정으로 쓰라

언젠가 이야기했지만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는 것이지 핑계를 대고 인정에 호소해서는 안된다. 작가는 작품이 나오면 작품 뒤에 숨어서 초조함으로 평을 기다하고, 그 평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뿐 앞으로 나서서 떠드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작품만 좋으면 작가는 존경받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좋은 작품을 써야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준비가 철저해야만 갔던 길을 되돌아 오는 실수를 피할 수 있다. 실수를 발견하고 수정을 해서 작품을 살릴 수 있다면 그래도 다행이다. 설령 그것이 최고의 작품은 아닐지라도 가치를 인정받고 책으로 나올 수 있다면 작가는 그래도 어느정도 위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출판은 사업이다. 사업가의 입장에서 상품으로써 가치가 없는 작품은 작품이 아니라 버리기 아까운 폐지에 불과할 뿐이다. 좀더 냉혹하게 이야기 하자면 종이를 낭비한 쓸데없는 짓일 수도 있다.
사업자들은 작가가 얼마나 힘들게 작품을 창조해 내는가에 대해서는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은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기에 우선적으로 상품가치를 본다. 상품가치가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를 작가로 대우하고 존경해줄 뿐이다. 죽을 고생을 해서 만든 작품이지만 상품가치가 없다면 그건 작품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는 작가가 아닌 별볼 일 없는 사람일 뿐이다. 심지어 재생지를 만들기 위한 공장에 가 있어야할 쓰레기를 들고다니며 팔려고 하는 사기꾼으로 보기도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다는 자부심 하나로 고달픈 작가의 길을 가고 있는 작가들에게 그런 대우는 치욕스러운 것이다.
결론은 좋은 작품을 쓰라는 것이다.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서는 구성을 치밀하고 확실히 하라는 것이다. 준비없는 성공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또한 하룻밤에 얼마만큼의 일을 해서 내일은 얼마만큼의 돈을 받아내야겠다는 무리한 계획보다는 황소걸음으로 차근차근 나아가는 뚝심으로 작품을 만들어주길 바랄 뿐이다.
모래 위에 궁궐을 짓기보다는 땅을 다진 뒤 공들여 탑을 쌓는 식으로 창작을 하는 작가는 생명력도 오래가고 작가로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