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강좌-상세보기

다양한 인간 관계 - 왕의 권력과 이인자의 처세
만화는 등장인물이 이끌어가는 드라마이다. 따라서 인물의 성격이나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쩌면 그것이 작품의 전부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제부터는 여러가지 인간 관계와 그런 관계를 이용한 구성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왕과 신하의 관계

여기서 왕이라 함은 권력을 쥔 사람을 말한다. 대통령이 될 수도 있고 기업의 총수일 수도 있다. 어쩌면 폭력 조직의 보스일 수도 있다. 아무튼 아랫사람의 생사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사람을 지칭한다. 따라서 신하는 그의 아래에서 명령을 받고 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왕과 신하의 관계, 즉 상하관계는 인간관계의 기본이다. 그런 구도는 작품을 만들어가는데 있어서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그러므로 작가는 작품을 쓰기 전에 그들의 심리에 대해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

왕의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왕에게 잘 보여 출세를 하려는 사람과 이미 충성심을 인정받고 권력을 휘두르는 신하까지 다양한 인간상이 펼쳐진다. 겉모습은 달라도 그들의 목적은 단 한가지, 왕에게 충신으로 발탁되는 것이다.
왕에게는 심복이 있다. 심복은 제 아무리 잘나도 왕이 될 수는 없지만 왕의 전폭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다. 어찌보면 이인자의 자리에 앉아 휘두르는 권력의 칼은 왕의 카리스마를 능가하기도 한다.

왕의 권위에 도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왕의 자리보다는 오르기 쉬운 이인자의 자리를 노린다. 그래서 이인자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에게 도전하는 사람은 가차없이 처단해야 한다. 계속되는 도전에 굴한다면 그 자리는 남에게 넘어간다. 그것이 이인자의 운명이다.

*왕은 도전을 용서하지 않는다

'권력은 부자지간이라도 결코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것'이란 말이 있다. 왕은 결코 자신을 넘보는 자는 용서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것은 이인자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왕의 신뢰를 얻는 심복일지라도 왕의 권위에 도전하면 한순간에 목이 날라간다.

왕의 용인술은 언제나 앞서간다. 그래서 이인자가 마음을 놓을 수 없도록 만들며 경쟁적으로 충성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권력의 맛을 본 이인자는 날이 갈수록 기고만장하게 된다. 미련한 이인자는 왕의 신뢰를 믿고, 그것이 영원할 것이란 착각에 빠진다. 왕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어 안달하지만 그것이 오버가 되면 오히려 이인자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데 된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루이 14세에게는 니콜라스 푸케라는 재무대신이 있었다. 푸케는 영리했고 왕에게는 불가결한 존재였다. 다른 사람들도 푸케에 대한 왕의 신뢰를 알고 있었다. 푸케는 누가 봐도 출세가 보장된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수상이 죽게 된다. 모두들 푸케가 수상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예상을 뒤집고 왕은 아예 수상 자리를 없애버렸다.
실의에 빠진 푸케는 왕의 환심을 살 목적으로 화려한 파티를 열었다. 화려함을 좋아하는 왕을 위해 푸케는 지금까지 있었던 파티 중 가장 성대하고 화려한 파티를 열었다.

*왕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죽는다

파티에는 많은 귀족들이 참석했고 푸케의 계획대로 멋지게 진행되었다. 참석자들은 생전 처음보는 멋진 파티라고 푸케를 칭찬했다. 푸케는 왕을 흡족하게 했으며 충분히 환심을 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푸케를 비롯한 참석자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다음날 푸케는 국고횡령 혐의로 체포되어 가장 외딴 감옥에서 20년을 살다가 죽게 된다.
사실 푸케가 쓴 돈의 대부분은 왕의 허락을 받고 왕을 위하여 쓴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유죄판결을 받는다.

왕이 푸케를 제거한 것은 푸케가 자신보다 잘나 보였기 때문이었다. 푸케는 왕에게 잘 보이고 자신을 왕에게 꼭 필요한 존재로 인식시키기 위해 열었던 파티때문에 파멸하게 된 것이다.
왕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보다 푸케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생각했다. 푸케가 기획한 성대한 파티가 왕의 허영심에 상처를 주었고 자신이 최고이라고 믿었던 왕의 자존심을 뭉개버린 것이다.
왕은 자신보다 뛰어난 신하를 곁에 두고 부릴 수는 없었다. 최고여야 하고 중심이어야 하는 왕으로서 남의 시선을 빼앗긴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하게 만든 것이다.
결국 왕은 뛰어난 신하를 키워주기 보다는 제거하기로 마음먹는다. 그것이 권력을 가진 자의 당연한 생리인 것이다.

*권력의 법칙은 한편의 드라마

권력에는 법칙이 있다.
왕은 심복을 아끼고 감싸지만 그것이 곧 아무 짓이나 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왕은 마음을 드러내거나 말로써 경고를 하지 않지만 자신보다 잘나 보이는 신하에 대해서는 위협을 느끼고 첫번째 제거 대상으로 꼽는 다는 것이다.
왕은 심복을 하나의 도구로 생각하지 영원히 함께 할 동지로 여기지는 않는다. 그래서 왕은 심복에게 특혜를 베풀면서도 그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언제라도 제거할 구실을 가지고 있으며 적당한 견제 세력을 만들어 경쟁적으로 충성을 하고 상호간에 감시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하늘에는 하나의 태양만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왕의 신념이다. 햇빛을 가리거나 태양보다 더 밝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곧 죽음이다. 따라서 이인자의 자리를 지키려는 사람은 왕이 더욱 빛나게 하는 방법을 찾고 행하여야 한다.

위에서 열거한 것은 왕과 신하의 묵시적인 법칙들이다. 이런 것들을 이용하면 작품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장과 파멸에 대해 좀더 재미있게 묘사할 수 있을 것이다. 왕의 카리스마, 용인술, 제거하는 방법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고 신하의 생존법이나 처세, 성장과 파멸까지 여러가지 인간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