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강좌-상세보기

장소의 이동으로 변화를 준다
고정된 장소에서 대화를 하면서 작은 몸동작으로 변화를 주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거나 그 안의 또다른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은 금방 끝나는 대화라면 모르지만 오래 끌어야할 대화라면 연출에 한계가 온다는 말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대화를 길게 끌고 가야할 상황이라면 장소의 변화를 주는 것도 생각해 볼만 한 연출법이다.



1.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지난 강의에서 다방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에 대해 언급했었다. 만일 그 두 사람의 대화가 길게 이어져야한다면 대화의 장소를 다방만으로 고집할게 아니라 두 사람을 다른 장소로 이동시켜 대화를 지속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약간의 변화에도 독자는 신선함을 느끼고 호기심을 갖게 되므로 이 같은 시도는 권장해봄직 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꼭 그래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하나의 상황을 보통 8쪽 정도에 끝낼 것을 스토리 작가들에게 권한다. 이는 질질 끌 수 있는 대사나 액션을 독자가 지겹지 않도록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요점정리를 하는 식으로 짧게 처리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꼭 필요한 부분까지 생략하라는 뜻은 아니다. 또한 길게 진행되어야할 상황까지도 8쪽안에 억지로 끼워 맞추라는 것도 아니다. 꼭 필요한 장면은 넣고 재미있게 살릴 수만 있다면 그 이상의 지면을 할애해도 무방하다.
다만 페이지 늘리기에 급급해서 스토리의 진행과 상관도 없고 재미도 없는 무미건조한 말장난으로 지면을 채우지 말라는 의미에서 8쪽안에 하나의 상황을 마무리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스토리 진행상 그 이상이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 때 필요한 것이 작가의 요령이고 이것은 글을 쓰는 기교가 된다. 즉, 8쪽 이상이 되면 독자가 지루함을 느낄 공산이 크므로 배경이나 이야기 진행방식 등에 변화를 주는 것이 독자의 눈길을 지속적으로 끌어당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다방에서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끝이날 것 같지 않으면 장소를 옮겨보는 식의 변화는 작가의 기교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배경을 바꾸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배가 고프니 식사를 하자"는 식으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방에서 벗어날 수가 있게 된다. 나와서 식당을 향해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꽉 막히고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다방과는 대조적으로 생동감이 넘치는 거리의 풍경은 독자에게 또 다른 신선함을 느끼게 할 것이다. 걸어가면서 하는 대화도 자칫 지루할 수가 있다. 이 때도 등장인물을 단순하게 걸어가게만 할 것이 아니라 특이한 동작을 설정해준다면 독자가 덜 지루할 것이다.

예를 들어 걸어가면서 깡통을 걷어 찬다거나 담배꽁초를 휴지통에 버린다거나 울퉁불퉁한 보도블럭에 발이 삐끗한다거나 하는 식의 동작을 연출해 준다면 그림에도 생동감이 생기고 사실감이 살아나면서 독자들 역시 지루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걸어가는 동안의 대화가 지루해질 정도가 되면 그 다음은 식당에서의 대화로 이어질 수가 있다.

이런 식으로 하나의 대화를 하더라도 장소를 바꿔가면서 진행을 하게 되면 작가는 목적하는 내용을 전달함과 동시에 독자에게는 항상 신선한 감을 잃지 않게 함으로써 지루함 없이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게 만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2. 만남의 장소를 특별하게 설정하라

스토리 강좌 초반에 "고정관념을 탈피하라"는 제목의 강의가 있다.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것은 작가들이 글을 쓰면서 너무나 사실적인데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기에 그것을 벗어나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누구와 만날 때는 다방이나 카페같은 곳을 애용한다. 그런데 작품안에서는 그런 현실적인 것들을 애써 외면할 필요가 있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작가의 작품은 그것이 '현실적'이란 점을 명분으로 내세울지 몰라도 지나치게 현실적인 것에 집착한다면 독자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시하지 못하는 진부한 작품으로 전락하기가 쉽다. 또한 한정된 공간을 작품의 배경으로 설정함으로써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동작을 연출하는데 어려움을 자초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런 우를 범하지 않고 상황묘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전개에 지장이 없는 한 장소를 과감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다방에서 만날 것이 아니라 한강 고수부지에서 만나기도 하고 수영장에서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남대문 시장에서 만날 수도 있고 함께 야구장을 찾을 수도 있다. 누가 뭐라하건 상황은 작가가 만드는 것이고 그런 설정에 대해서 작가는 당위성을 제시해 주면 된다.

그래도 현실적인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작가라면 '현실이란 일반인들의 단순하고 특별하지 못한 일상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바탕으로 그 이면에 있는, 그러나 심미안이 없으면 제대로 보기 어려운 것들을 다른 시각(작가적인 시각)에서 보이는 것들을 왜곡하지 않고 보여주는 것'이란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즉 보이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라기 보다는 있지만 안보이는 부분을 찾아 일깨워주는 것이 현실적인 것을 표현하는 것이란 말을 하고 싶다. 아무튼 작품에는 보통사람들이 생각하기 힘든 특이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니 나의 지론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하자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공간의 파괴(?)식 전개방식은 같은 글이라도 만화 스토리와 소설이 다른 점이다. 소설은 글로써 모든 것을 표현하면서 당연한 설정안에서 섬세한 표현을 주로하지만 만화는 글 뿐만이 아닌 그림과 연결되어 작품을 전달하기 때문에 스토리를 쓰는 입장에서도 그림의 표현과 연출에 대한 연구를 해야만 한다.

다시 배경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어느 기업의 회장이나 정치인의 이야기를 예로들자면 그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참모들과 만나 간밤에 일어난 일에 대한 보고를 받고 그날 할일에 대한 브리핑을 받거나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여러분 같으면 등장인물로 나오는 높은 사람이 참모들과 만나는 장소를 어디로 설정하겠는가.

집에서 만나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출근하는 차 안에서 대화를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예 회사의 회의실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어느 곳을 대화의 장소로 택하건 그것은 작가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서 결정된다. 그런데 그들의 미팅이 별로 대수롭지 않고 특별한 사안이 없는 일상적인 것이라면 만나는 장소를 어디를 택해도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작품안에서는 등장인물의 행동이라 할지라도 특별하지 않은 시시콜콜한 일상같은 것은 보여줄 가치도 없는 것이기에 그런 장면은 생략될 것이니까.

결국 작품 안에는 뭔가 특별하고 특이한 것이 담겨있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그래야만 독자의 눈길을 끌 수가 있고 그런 것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들이 만남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뭔가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일상적인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특이하지 않겠지만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라면 특별하게 설정하는 것이 극적 분위기를 만드는데 더욱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장소가 어디가 될지 모르지만 독자가 극적인 분위기에 빠져들도록 장소를 설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작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