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말들

못다 한 말들...
쌤 보고싶어요. 아래의 글은 故 박봉성 선생님께서 침체된 한국만화 제작의 활로를 모색하고자 문화콘텐츠 진흥원에 제출 하고자한 "한국만화의 부활을 위하여"란 제안서에서 발췌한 고인의 마지막 서신입니다.
1. 만화계의 오늘...
쌤 보고싶어요. 한국 만화계의 오늘은 참담하기만 합니다.
만화가 고부가 가치 문화산업으로 인정받았지만 한국 만화계는 급격한 매출감소로 인해 존립 자체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한국 만화계의 존재 이유였던 희망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 만화계의 버팀목이었던 만화가가 떠나고 있습니다.
만화 하나에 인생을 걸고, 적게 먹어도 배불렀고, 가난에 익숙했던 만화가들이었습니다.
깡소주를 들이키면서도 호사로 여겼고, 만화이야기를 할 때면 찌든 살림살이도 잊고 행복에 들떠있던 그들이었습니다.
우리 만화가들은 꿈과 희망을 먹고 사는 별종 인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만화가의 길을 걷게 한 이유였던 희망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미래를 논할 수 없는 현실이 우리 만화가들을 떠나게 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붙잡고 끝 모를 고통과 배고픔을 강요하며 한국 만화계를 지키자고 설득할 명분이 없습니다.
만화가가 떠나가는 만화계는 안타깝게도 붕괴직전에 있습니다.
희망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2. 만화계의 희망...
쌤 보고싶어요. 한국 만화는 반드시 존재해야 합니다.
만화에 인생을 걸었고, 성공한 만화가의 한 사람으로써 한국 만화계를 살려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감도 있습니다.
떠난 사람이 다시 돌아오고, 남아있는 사람이 힘을 낼 수 있는 희망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만화계의 부흥이라는 거창한 구호보다는 일단 한국 만화계를 살려야한다는 작은 소망으로 희망을 찾아 나섰습니다.
누구나 아직은 무리라고 말하는 중국 땅을 오갈때 제 심정은 우리 만화계를 위한 조촐한 밥상이라도 차릴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막막한 기대감이 가득했습니다. 중국 현지를 돌아보며 저에겐 희망이 보였습니다.
만화를 그리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장밋빛 청사진은 아닙니다.
가난에 익숙하고 적게 먹어도 힘을 내는 만화가에게 다시 만화를 그리게 할 소박한 희망입니다.
그 희망의 씨앗을 전 넓은 중국 땅에서 찾았습니다.
3. 그리고 내일!
쌤 보고싶어요. 분명 한국만화는 다시 한번 일어설 것입니다.
우리 만화계에는 뛰어난 역량을 지닌 인재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잘 버텨온 사람들입니다. 희망을 제시하면 우리 만화가들은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 한국만화는 분명 만리장성을 넘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만화가뿐만 아니라 문화사업 차원에서 국가가 지원을 해줘야 할 차례입니다.